수술당일 스케쥴이 취소가 되면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두명만 수술을 진행하는 병원입장에선 힘빠지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어서 적어본다.

좌우 짝가슴이 심하시고 살이 없는 편이어서 수술후 대칭이나 자연스러운 결과에 한계가 있는 분이 오래전 상담을 받고 여러번의 수술예약과 취소를 반복하시다가 드디어 2015년 1월 12일 수술을 결심하셨다.

당일 아침 첫 스케쥴을 위해 계획된 약속된 시간에 오시질 않으시고 전화기도 꺼져 있어서 이번에도 취소하시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다행히 두번째 환자가 일찍 오셔서 두번째 환자를 먼저 수술하였다. 두번째 환자를 수술하기 직전 이 환자가 병원에 도착하였다는 소리를 들었다.

당일 아침에도 수술에 대한 확신이 생기지 않아서 고민하다 병원을 방문하셨는데 수술을 앞두고 다시 더 상담을 원하셔서 상담을 하는데 환자분은 비현실적인 기대를 가지고 서로 동시에 얻을 수 없는 상반된 이야기를 하셨다.

유두 윗쪽이 꺼지듯 수술을 원하시며 아래쪽으로는 너무 내려오지 않게 유두가 들리지 않게
작은 보형물로 가운데가 벌어지지 않게
여러장의 사진으로 이 부분은 이사진처럼 저 부분은 저사진처럼...

환자분에게 본인이 생각하는 것 같은 결과가 어려우니 좀 더 고민하고 수술을 하시자고 권했더니 환자는 더이상 수술을 미룰 수 없다며 마지막에는 내가 그냥 예쁘게 해달라고 하셨다.

조금은 찝찝한 마음으로 디자인을 하고 기도를 마치고 수술을 들어가려는데 환자분 曰,

"2014년 11월 말에 가슴에 지방을 넣었는데 괜찮겠죠? 200cc 넣었다고 하는데 다빠져서 말씀 안드릴까 하다 혹시나 해서 말씀 드려요."

40-50일전에 가슴에 지방을 넣은 경우 많은 조직들이 아직 상처에서 완전히 회복될 수 없는 시기이고 본인 생각과 달리 앞으로 가슴이 더 꺼질 수 있으며 경우에 따라선 이식되었지만 살지 못한 지방이 보형물과 만나면 염증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에 수술이 무리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초음파로 가슴상태를 살폈다.

대부분의 지방은 환자의 말씀처럼 남아있지 않았지만 왼쪽 가슴에서 지방이 녹은 것인지 혹인지 구분되지 않는 덩어리가 보여서 협진하고 있는 영상의학과 선생님께 진찰을 의뢰하였더니 유방암 의심단계의 소견이라 하였다.

수술은 지방주입하고 충분히 시간을 보낸 후, 또 유선의 혹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이 판명될 때까지 연기하자고 말씀드리고 수술을 취소하였다.

예쁜 가슴을 기대하며, 겁많고 기대하시는 것이 많아서 마음 고생하는 환자분이 힘들게 결심해서 수술 당일 병원 방문까지는 성공했지만, 이분의 예쁜가슴만들기는 좀 더 심사숙고하라는 하나님의 뜻인 것 같다.